좀 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에 노출되었다면
상태바
좀 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에 노출되었다면
  • 현용안
  • 승인 2016.06.24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칼럼] 현용안 / 교사

얼마 전 옛 제자가 미술교육실습생으로 오고 싶으니 지도교사를 부탁하며 찾아왔다. 옛 제자가 교사가 되겠다고 훤칠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반갑기도 하거니와 기특하기도 하여 흔쾌히 실습을 돕기로 했다. 그렇게 지도교사로, 스승으로, 동료로 서로의 정보와 노하우를 교환하며 교과 연구와 교육자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공감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본 능력과 열정과 달리 학교 밖 편안한 저녁 술자리에서는 투정과 같은 넋두리를 쏟아냈다.

간간히 언론에 실린 아이들의 직업선호도 살펴보면 상위순위에 문화·예술·스포츠(40%)관련, 교육관련 전문가(12%),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10%)이다. 선호도로만 보면 미술교생은 문화예술을 전공한 예비교육자이기 때문에 높은 순위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28살, 젊고 젊은 교육실습생의 속은 주변에 들키지 말아야 하는 깊은 고민의 무게를 갖고 있었다. 교생은 학창시절 만화가가 꿈이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지방대학의 순수미술전공(순수미술관련 학과가 성적이 낮다는 것은 아님)으로 입학했었다. 졸업 후 취업의 길이 쉽지 않자 교육대학원을 지원하여 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되는 길도 그리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무엇이 교생의 꿈을 이리저리 옮기게 한 것일까? 학창시절 처음부터 한 가지 선택으로 갈 순 없었을까?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미술대학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디자인 혹은 웹툰을 전공하고 싶어 한다. 올해뿐만 아니라 매해 미술대학 진로희망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꿈이 그 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교육실습생으로 찾아온 제자의 고민과, 미술대학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의 꿈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요즘 아이들의 직업선호도 순위는 하나의 이유로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미술을 하고 싶은 아이들의 직업선호를 일축해 보면 웹툰이나 캐릭터 개발, 시각이나 제품디자이너이다. 이런 직업을 희망하는 이유는 대중매체나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기기에서 웹툰, 게임, 캐릭터 등의 화려한 시각이미지를 쉽게, 가까이에서 자주 접하게 되어 꿈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적일 수 있는 순수창작미술가나 공예, 평론이나 미학, 고미술 등등은 관련 컨텐츠나 대중매체의 빈약함과 편중된 교육 커리큘럼이 아이들에게 부분만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은 아닌가. 교육프로그램 중에서도 인천 교육청 사업 일환으로 학교 예술 강사 지원 사업 중 미술 관련만 볼 경우 만화, 애니메이션, 사진, 디자인강사 지원은 많아도 다른 분야의 지원은 전무후무하다. 더구나 인천에서는 미술관, 갤러리도 적어 아이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 충족이 되지 않는 마당에 교육 사업마저 편중 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더 생각할 수 있을까.

교육실습을 마친 몇 주 후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박물관에서 일하게 됐다고. 만화가에서 화가로, 화가에서 교사를 한다고 한 녀석이 박물관 학예사를 한다니 그 소식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그 제자가 학창시절 박물관, 미술관을 좀 더 자주 접하거나 더 다양한 예술 관련 프로그램 및 컨텐츠에 노출 되었다면 만화가, 작가, 교사라는 중간 고민이 좀 더 단축되진 않았을지 생각해 본다.




단위 : 명
<일반계 D고등학교 3년간 미술대학 지망생의 진로희망>




<웹툰작가가 꿈인 고2 학생작품-자화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