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부결했던 시 빚보증 연장 동의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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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 부결했던 시 빚보증 연장 동의안 처리
  • 김영빈 기자
  • 승인 2016.09.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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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상의 일사부재의 위반 지적과 함께 시의회 무용론까지 나와



 인천시의회가 지난달 30일 부결했던 송도 땅 매각관련 인천시의 빚보증 기간 연장을 승인하면서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의회는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2일 제23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송도 6·8공구 토지매각관련 대출채권 매입확약에 관한 보증채무 부담행위 연장 동의안’을 표결 끝에 찬성 24표, 반대 5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시의 보증채무 부담행위 연장은 지난해 9월 교보증권 컨소시엄의 송도 땅 2필지 리턴권(특별계약해지청구권) 행사에 따라 5900억원(이자 721억원 포함)을 돌려주기 위해 이들 땅을 되파는 과정에서 땅값을 금융기관 대출 형식으로 미리 받고 1년간 섰던 빚보증을 A1블록(공동주택용지 18판715㎡)은 6개월, R1블록(상업용지 4만4176㎡)은 1년 각각 늘리는 내용이다.

 시의회는 시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9일 이례적으로 폐회 중 기획행정위원회를 열어 빚보증 연장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으나 30일 제1차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획행정위 소속 새누리당 박영애(비례대표) 의원이 “R1부지를 넥스플랜에 팔면서 계약금을 3%(51억원)만 받고 9월 5일까지 납부해야 할 잔금 97%(1659억원)를 1년 연장하는 빚보증은 지나친 특혜”라며 “6개월만 연장하고 중도금을 받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표결을 실시한 결과 재석의원 25명 중 찬성 12표, 반대 11표, 기권 2표로 찬성이 과반수에 1표 모자라 부결됐다.

 당황한 시와 시의회 새누리당 지도부는 부결 직후 대책회의를 열어 ‘연장 동의안’의 제목과 내용을 살짝 바꿔 신규 안건으로 재상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방자치법 68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사실상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지난달 31일 재상정한 안건은 제목이 ‘송도 6·8공구 리턴부지(A1, R1) 보증채무 부담행위 연장 동의안’에서 ‘송도 6·8공구 토지매각관련 대출채권 매입확약에 관한 보증채무 부담행위 연장 동의안’으로 바뀌었을 뿐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빚보증이라는 본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내용도 ‘다만, R1블록은 6개월까지(내년 3월 5일)의 사업진행현황을 시가 점검한 뒤 금융기관 등의 의견을 들은 후 매수자와 합의해 보증기간을 촉소 조정하거나 중도금 등 자금 납부조건을 조정할 수 있음’이라는 단서조항만 달랑 추가로 들어갔다.

 보증 연장기간 1년은 그대로 놔두고 강제할 방법이나 수단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단서조항 한 문구를 삽입하고는 먼저와는 다른 안건이라고 우긴 것이다.

 시 관계자는 “대출채권 매입확약 기간이 오는 5일 끝나기 때문에 연장 동의안을 승인받지 못할 경우 최대 6335억원의 채권매입 요구가 들어와 시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거나 시금고 등에서 긴급 차입해 해결하면 채무비율이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인 40%를 넘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안건 재상정이 다소 무리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시의 요구대로 끌려 다니면서 집행부의 거수기이자 시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시의회를 장악한 가운데 시의회가 새누리당 시장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시의회를 시민 대표기구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워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 빚보증 기간을 연장한 시는 이들 땅을 매수한 업체들이 향후 중도금과 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대출기관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 최대 6335억원의 대출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A1블록(4614억원)은 내년 3월 6일, R1블록(1721억원)은 내년 9월 5일까지 우발채무 발생 우려를 안게 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상임위 심사결과 보고에 나선 박영애 기획행정위 부위원장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논란을 만든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평가는 후일 이루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9일 상임위에서의 동료 의원들에 대한 질책성 발언, 30일 본회의에서의 이의제기에 따른  부결사태로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과 상임위 동료들로부터 상당한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빚보증 연장 동의안을 재차 다룬 1일 기획행정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이날 심사보고에 나서 새누리당의 집단 괴롭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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