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포털 연관검색어 대다수 ‘굴포천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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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포털 연관검색어 대다수 ‘굴포천 시신’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2.2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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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미지 부정적 영향... 범죄율 높지 않은 인천 '억울'

23일 기자가 네이버에서 '인천'을 검색한 화면. 빨간색 표시가 포털에서 자동 시스템을 통해 제시하는 연관검색어다.
 
부평 굴포천 시신 발견 사건이 인천의 이미지에 적지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찰이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하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초기 검색 수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인천’을 검색할 때 연관검색어로 ‘굴포천 시신’, ‘굴포천 여성시신’, ‘굴포천 마대’ 등이 자동 제시되고 있다. 지난 8일 굴포천에서 여성 시신 발견 이후 네이버에서 지속적으로 이같은 연관검색어가 뜨는 상태로, 사건 발생 보름여가 지난 이후로도 계속 같은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굴포천 시신 사건이 최근 인천서 일어난 강력사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도 된다. 실제 이 사건의 경우 초기 수사에서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한 데다 발견 당시 시신이 워낙 부패한 탓에 신원 확인조차 되지 않아 수사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네티즌들이 호기심 및 '유희'의 차원에서 더욱 지속적으로 검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연관검색어가 시의 도시 이미지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굴포천 사건 이전부터 비슷한 부류의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해 초 ‘송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가 인천서만 유독 심한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돼 갔던 것은 좋은 예다.
 
이후로도 6세 아동학대 사건이라던가 조성호 토막살인사건, 최근의 부평 묻지마 폭행 사건과 아동 암매장 사건 등을 통해 인천의 이미지가 하락했고, 급기야 인천이 강력범죄의 온상으로 이미지화되는 ‘마계 인천’과 같이 소위 ‘지역드립’이라 표현되는 단어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인천이 실제로 범죄율이 높은 도시이거나, 강력 범죄가 타 도시에 비해 월등히 많다면 모르겠지만,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 인천의 범죄율은 전국에 비교해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천으로서는 사실 억울한 노릇이다.
 
검찰이 발표한 지역별 범죄율 분석 보고에 따르면, 인천은 5대 범죄(살인, 절도, 강도, 성폭행, 폭행)를 비롯한 범죄율이 하위권으로 나와 있다. 또 세계 도시 및 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인천은 안전지수 90.89, 범죄지수 9.11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부평 묻지마 폭행 사건의 채널A 보도화면. 사건 당시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진 바 있다.
 
포털 사이트가 안내하는 연관검색어 자동 기능이 도시의 이미지를 왜곡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상존하는 셈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존재한다. 관련 검색어 시스템이 기사의 조회 수에 따라 자동 제시되는 것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을 감안할 때 포털 사이트 측에서 임의 삭제 등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 측은 “음란물이나 개인정보보호, 불법 게시물 등은 포털 측에서 조치할 수 있지만, 그런 성격이 아니라 조회 수가 많기 때문에 자동으로 연관검색어가 제시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알 권리 차원에서도 막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도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포털 사이트에 삭제가 요구되어서는 안 되고, 또 시스템 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한 시민은 “최근 서구 가좌동에서 60대 노인이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절도해 지인들과 잡아먹은 사건을 비롯해 공교롭게도 SNS 상에서 회제가 되는 상당수의 나쁜 소식이 인천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퍼지고 있어 실제 도시 이미지를 깎아먹는 측면이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남구 시민 김모씨(44)는 “인천시민으로서 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포털사이트에 이를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그게 수용된다면 ‘조작’이 되는 만큼 그건 더 문제”라며 “굴포천 시신 사건이 미제로 남지 않도록 경찰이 완벽히 해결해야 포털사이트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포털 사이트 별로 연관검색은 확연히 다른 편이기는 하다. 또다른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인천 검색 시 굴포천 관련 검색이 한두 개 정도로 그치고 있기 때문.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가 특징들이 다 있고 그 특징에 따라 이용하는 유저들이 다른 만큼 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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