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안정'…중국산 배추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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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 '안정'…중국산 배추 '골치'
  • 이병기
  • 승인 2010.10.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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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대폭 내려도 안 팔려…수입업체 고민


국립식물검역원 중부지원 직원들이 지난 4일 인천시 중구의 한 보세냉장창고에서
중국산 배추를 검역하고 있는 모습.

취재:이병기 기자

배추파동으로 들여온 중국산 수입 배추가 국산 배춧값이 안정되면서 팔리지 않아 골치다.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배추를 처분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인천지역의 창고업자와 수입업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인천지역 창고업체와 농산물 수입업체에 따르면 중국산 배추의 도매가는 본격 수입이 시작된 이달 초 ㎏당 1천원에서 최근에는 ㎏당 300원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산 배추가 수입 가격 아래로 거래되는 데도 찾는 사람이 없자 이달 초만 해도 창고에 들어와 검역을 마치고 2~3일이면 출고되던 배추들이 1주일이 넘게 쌓여있는 실정이다.

인천항 인근에서 중국산 수입 배추를 취급하는 창고업체만 10곳이 넘는다.

올해는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배추 외에도 양배추, 대파, 당근, 우엉 등 중국산 농산물 수입이 크게 늘면서 이들 업체의 저온창고는 거의 100% 가동되고 있지만 출고가 늦어지는 배추 때문에 창고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인천의 A 창고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양배추와 대파는 입고된 지 3~4일이면 출고되는데 중국산 배추는 1주일이 넘도록 빠지지 않고 있다"며 "보관일수를 따져 요금을 받기 때문에 손해는 없지만 배추 적체현상 때문에 다른 농산물의 입고가 지연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고에 보관 중인 중국산 배추의 상품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내다 팔기를 포기하고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한 업체도 있다.

서울의 농산물 수입업체인 D영농은 28일 인천의 한 창고에 보관 중이던 20피트 컨테이너 4개 분량의 중국산 배추 80t가량을 소외계층 식품지원 복지단체인 '푸드뱅크'에 기증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 200여t 가운데 80t가량이 팔고 남았는데 찾는 손님이 없어 좋은 일에 쓰기로 했다"며 "배추 신선도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보관료까지 물면서 창고에 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 보관되는 중국산 배추가 늘면서 화주가 배추를 아예 찾아가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창고업체도 있다.

배추 180t가량을 보관 중이라는 인천의 B 창고업체 관계자는 "수입업자들이 컨테이너 1개 분량의 배추를 1천만원 넘는 가격에 들여 오는데 국내에서 팔 때는 컨테이너 1개당 100만~200만원을 받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상 시간이 지나면 배추를 포기하고 연락을 끊는 업자들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배추 화물량은 이달 중순부터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국립식물검역원 중부지원 관계자는 "이달 중순에는 많게는 1일 20건, 500t 이상의 중국산 배추를 검역했는데 이번주 들어 5건, 100t 이내로 양이 줄었다"며 "다음주부터는 계약물량도 소진돼 추가 수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항과 평택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산 배추는 지난해 10월 1개월간 150t에서 올해 10월 같은 기간에는 5천500t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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