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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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생각
  • 석의준
  • 승인 2024.02.2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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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석의준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이달부터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모과 생각

                                  - 석의준

 

산기슭 으슥한 곳에 누런 빛 모과 한송이

 

어릴 때는 노란 저고리에 분홍 빛 공단치마를 두르고 박달목 같이 단단한 몸 제비처럼 날렵했다

 

오촌 막내 고모 낙동강 건너 군위로 시집을 간 뒤 못 생겼다고 가던 날부터 뼈아픈 시집살이를 했다

태생이 당찬 목질이라 부엌 한 켠 곁불 쬐며 혹한을 버텨냈다

 

신혼 초 이유 없이 찾아간 조카에게 모과 차 한 잔 소반에 내오셨다

그 향기 당신인 줄 잊은 채 겨우내 장독대 안 채반에서 갈무리한 모과를 내오셨다

 

어두웠던 세상일을 전하는데 그제서야 곰삭은 향기를 품은 재담꾼 고모가 내 앞에 가까이 앉았다 함께 감기 없는 겨울을 나자고

 

생강을 재워 내오기도 하셨는데 서쪽 하늘엔 기러기 떼 울고 겨울에 얼었던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

 

그해 겨울 내 기관지를 낫게 한 5촌 막내 고모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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