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솔길에서/당신을 만납니다/노을은 단풍 속으로 들어가/바람이 전하는 은종소리에 하루를 돌아보며/온몸을 붉게 풀어 놓습니다/ 잎새마다 피로 물든 당신으로 인해/폭우로 지친 여름을 날 수 있었습니다.
권여원 시인의 <가을의 수레 중에서>
늦가을 정취에 맞는 작은 음악회가 25일 오후 6시 30분 부평 세림병원에서 열렸다. 세림병원 환자와 가족이 함께한 치유를 위한 시 음악회(활천문학회 주최)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과 작은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김수영 시인
장기창 목사님
김수영(50) 시인 사회로 부평 세림병원 원목 장기창 목사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장 목사님은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송덕열 기타 연주자의 '등불'과 '겨울에 태어난 아이' 노래와 반주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은은한 기타 연주로 환자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이재창 시인
이어 서울에서 온 목사님 이재창 시인의 '호수'라는 시 낭송이 있었다.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세상에 슬픔도, 근심도, 고통도 삼키는 호수 같은 착한 누이를 비유하고, 호수의 낮은 마음과 맑은 마음을 닮으라고 전했다.
서울 하모니카 합주단
서울에서 온 '서울 하모니카 합주단'의 멋진 연주는 관객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린 시절 동네 어귀 느티나무 아래서 들리던 정겨운 하모니카 소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사랑으로'를 함께 손뼉 치며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야금 임금숙씨
가야금 독주로 '풍년이 왔네'와 '태평가'를 부른 임금숙(58)씨는 어려서부터 가야금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제 가야금 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가진 재능으로 남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자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석희구 시인
권여원 시인
계양산 자락에 있는 교회 석희구 목사님도 시를 낭송했다.
권여원(39) 시인은 '가을 수레'라는 시 낭송을 했다. 올해 서울에서 '시와 세계'로 등단했다. 그는 "발마사지로 병원에 다니며 봉사를 했는데, 이렇게 시 낭송회로 환자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마음에 2시간을 걸쳐 달려왔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권 시인은 한국마사회 주최로 열린 농어촌 희망문학상에서 우수상으로 상금 5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상금으로 좋은 일에도 쓰고 평소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달해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종무 시인
디사이플스 찬양단
이종무 시인의 시 낭송에 이어 '디사이플스 찬양단'의 수화찬양이 있었다. 듣지 못하는 환우를 위한 수화찬양은 듣는 이와 보는 이들 마음에 감사와 감동의 마음을 전했다.
문병호 전 의원
마지막으로 특별무대로 민주당 인천시당 문병호 위원장이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낭송했다
부평 세림병원에서 열린 금요무대 <치유를 위한 시낭송회와 작은 음악회>는 병마와 싸우며 어려움에 있는 가족과 환자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음악회에 이어 활천문학회에서 준비한 떡과 과일을 나눴다.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함께 손뼉치며 노래를 부르며 한마음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좋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기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