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아주 싱싱하다고 소문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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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아주 싱싱하다고 소문나야겠지."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2.1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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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어시장, 나랏만신 김금화씨 불러 세경돌이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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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아주 싱싱하다고 소문나야겠지. 그동안도 좋다고 이름이 많이 났지만, 여기저기 이름이 더 나서 사람이 많이 와야지.”
 “돈이 어시장에 막 들어오게 해주시고,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12일,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 입구가 때아니게 아침나절부터 시끌벅적하다. 연안어시장 측에서 주관한 2014년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로 세경돌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동굿 세경돌이를 기획한 연안어시장 측 사람들과, 세경돌이를 하러 초대된 나랏만신 김금화씨를 비롯한 서해안풍어제 측 20여명이 시장입구를 가득 메웠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어울려 떡과 막걸리를 먹으며 한해 복을 빌었다.

올해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연안어시장 세경돌이는 대동굿의 일종이다. 대동굿에는 신청울림, 상산맞이, 세경돌이 등 24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세경돌이는 마을 집집 앞에 마련된 제상에 공수를 드리는 굿이다. 연안어시장 세경돌이는 시장 입구 문 18군데와 화장실 입구 두 곳, 변전실 앞에 제상이 마련됐다. 
중요무형문화재인 김금화 만신이 이끄는 서해안풍어제 팀은 이곳을 다 돌며 복을 빌어주었다. 연안어시장 측은 세경돌이를 시작으로 척사대회를 열고, 돼지 다섯 마리를 잡아 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행사는 웃음과 즐거움 속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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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복을 빌며 상인회 조합장이 절을 하고 있다.

맨 처음 소금과 과일이 차려진 상을 든 무당이 소금을 뿌리고 막걸리를 뿌렸다. 잡귀를 없애면서 흥겹고 복된 세경돌이가 시작됐다. 징, 설쉐, 북, 장구, 바랑 등의 무악기는 연안어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은 모든 이에게 흥을 돋우웠다. 무복을 입은 나랏만신 김금화씨가 소리를 할 때마다 다른 무당들이 따라하거나 추임새를 넣었다.

요령 소리가 커지면서 징 소리도 덩달아 요란해진다. 김금화 나랏만신은 어시장 사무실에서 복을 빈 다음, 다시 시장 입구에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복을 빌었다. 상인들은 각자 자기 가게에서 팔고 있는 생선을 내놓았다. 물고기들이 담긴 바구니를 자꾸 벗어난다. 굿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상인 몇이 싱싱한 생선을 갖다 놓는다.

사람들은 복을 비는 마음으로 돈을 내놓고 절을 한다. 무당이 돼지에 삼지창을 꽂아 세우자, 무악기에서 퍼져나오는 소리가 쩡쩡 울린다. 무당들이 떡을 손으로 뚝뚝 잘라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일일이 건넨다. 대동굿을 알고 온 사람이나, 즉석에서 합류한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떡을 먹는다. 참석한 사람들은 한 해 복을 먹으며 활짝 웃는다.

상인회 회원인 양영자씨는 “연안어시장에는 문이 앞으로 9개, 뒤로 9개, 모두 18개다. 또 화장실 두 군데, 변전실까지 모두 20군데 상이 차려져 있다. 상인들이 자기네서 파는 품목을 내놓았다. 뒤쪽에서 도는 팀이 따로 있다. 정월대보름마다 김금화 만신을 부르는데, 올해로 13년째다”라며 “우리 어시장은 점포가 500개다. 상인들이 어울려 함께 신나게 놀고 한해 장사를 잘해 보자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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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김금화 나랏만신이 복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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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화 만신이 어시장에 사람과 돈이 많이 들라고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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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은 연안어시장을 빙 둘러 20군데에 차려져 있다.
 
연안어시장 조합장인 이승부씨는 “무엇보다 싱싱한 수산물이 많이 잡히면 좋겠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올해로 13년째 세경돌이를 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상인들끼리 화합하고, 모두가 안녕하라고 하는 거다. 고객 분도 안녕하고, 상인분들도 안녕하고, 모두가 안녕하자고 행사를 열고 있다”라면서 “김금화씨가 인간문화재로 지정받고 전국을 다니시는데, 인천 몇 군데를 다니면서 우리랑 인연이 닿았다. 대보름 때뿐만 아니라, 행사를 하게 되면 함께한다. 음식은 우리가 장만하지만, 해마다 오셔서 무료로 안녕을 빌어준다. 500점포 분들도 협조를 잘해주셔서 일이 정말 쉽다. 다들 즐겁고 신나게 하루를 놀면서 복을 빈다”고 힘있게 말했다.

부녀회장 김순례씨에게 음식 준비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전혀 힘들지 않다. 여러 사람이 도와서 하니까 재미있다. 수산물은 십시일반으로 상인들이 손수 내놓는다. 나눠먹어야 뭐든 잘 되지 않겠는가.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운 잔치다.” 그는 또 “어사회에서 척사대회를 준비하고 상품을 준비했다. 하루 종일 고기도 구워먹는다. 여기 상에 올려진 돼지 세 마리도 구워먹고, 뒤에서 지금 두 마리 더 준비하고 있다. 상인들은 장사하면서 짬짬이 윷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는다. 오늘 준비는 한두 사람이 한 게 아니다. 이제는 자리가 잡혀 준비하는 것도 척척 손이 맞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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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을 맞아 상인들이 척사대회(윷놀이)를 열고 있다.

 
‘어시장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장인 전승호씨는 “오늘 대동굿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했다. 해마다 하던 거라 그리 힘들지 않다. 올해도 부디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상인들끼리 친목도 도모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어시장 분위기가 활발하고 신나면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절로 즐거울 것이다”라고 대동굿을 주관하는 소감을 밝혔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열린 인천 연안어시장 대동굿은 하루 종일 신나고 푸근했다. 행사를 주최한 연안어시장 상인들이나 손님들은 모두 아낌없이 음식을 나누고 복을 나누었다. 오늘 분위기로 보아, 틀림없이 올 한해도 싱싱한 물고기가 많이 잡히고 모두 복을 듬뿍 받아 걱정 덜어내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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