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옆작은학교, '길, 동무, 꿈 2014'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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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작은학교, '길, 동무, 꿈 2014' 막 오른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4.07 12: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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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정기공연 리허설 현장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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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현장이 이토록 즐거울 수가 있을까.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이부터 흰머리카락이 희끗희끗 나온 오십대 초반까지, 80명가량이 모여 반나절을 깔깔거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6일 오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알려진 동구 만석동 기차길옆작은학교 사람들이 만든 ‘칙칙폭폭 인형극단’의 리허설 현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이번주 12일(토)~13일(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길, 동무, 꿈2014’ 공연을 앞두고 있다.
 
‘칙칙폭폭 인형극단’은 인천 만석동에서 사는 저소득층 아동ㆍ청소년들의 방과후 공부방인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졸업생들과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2011년에 만들어졌다. 이 극단은 공동체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문화예술 교육과 문화예술 전문가 양성, 문화예술교육과 다양한 형식의 인형극 공연을 창작, 공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경쟁과 소비에 내몰린 아동과 청소년들의 현실과 꿈을 세상에 이야기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형극 워크숍’과 ‘인형극 공연’을 통해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문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도 꽤 많다. ‘칠형제 이야기’ ‘아기장수 우투리와 보리’ ‘길, 동무, 꿈 1,2’ ‘하늘문 이야기’ ‘얘들아, 거꾸로 가자’ 등의 창작 인형극 작품이 있으며, 춘천 인형극제 아마추어경연대회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특별상, 연기상의 수상을 거두었다.
 
 
인형극패 주축은 공부방 졸업한 대학생들
어린 동생들 혼내면서 척척 호흡 맞춰
 
“인형극패는 대학생이 주축이다. 예전에는 공부방 삼촌과 이모들이 많이 했는데, 이제는 공부방을 졸업한 대학생들과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이 참여하고 있다. 인형 발을 잡은 친구, 머리 잡은 친구, 성우까지… 인형극은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이모들 자녀들과 강화 공부방을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친구들이 다 참여하고 있다. 또 공부방을 졸업한 다음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올해 처음 유치원 교사가 된 친구도 있다.” 기차길옆작은학교 이모인 김수현씨 설명이다.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도 극단 사람들이 직접 만들었다. 뼈대를 만들고, 천도 직접 염색하고, 재단하고 꿰매는 일은 이모들이 맡아 했다. 김씨는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이 인형극패를 꿈꾸고 있다. 성우는 초등 5,6 중학생들인데, 이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조작을 만져본다. 인형을 잡는 사람은 다리, 머리, 성우의 호흡이 맞아야 인형극이 돌아간다. 공부방을 졸업한 대학생들이 동생들을 데리고 혼도 내고 호흡도 맞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6개월 동안 연습하면서 중학생 한 친구가 마음을 못 잡을 때도 있었다. 모두 동그랗게 앉아 얘기를 했다. “너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랬는데, 고3 한 친구가 자격증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시간을 내서 그 중학생을 타이르며 가르치더라. “네가 하는 건 몇 마디 대사다. 하지만 그 대사에는 6개월 동안 연습한 인형극패 아이들과, 이모와 삼촌들이 다 있다. 그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너는 하나가 아니다. 너 혼자가 아니다” 이러면서 몇 주째 데리고 연습을 시켰다. 고3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우리 모두 놀랐다”며 아이들한테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극 대본은 처음부터 의논해 결정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 듣고 계속 고치고
 
공연에 올리는 대본은 모두 의논해 결정한다. 일주일에 스무명가량이 모여서 공동체 운영 회의를 할 때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를 뭐로 할까 극의 흐름이 정해지면,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큰이모 김중미 작가가 대본을 써온다. 그러면 그 다음 주 회의 때 모두 모여 써온 대본을 보고 또 의논한다. 작가가 대본을 써와서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듣고 계속 자르라고 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작가는 또 고쳐온다. 대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직접 참여하는 아이가 못할 것 같으면 자르고 자르고, 계속 고치는 과정이 이어져 작품이 완성된다. 김수현씨는 “이번에는 대학생들한테 많이 혼나면서 하고 있다. “애들의 가능성은 많은데, 왜 마음이 약해서 거기서 됐다고 하냐? 인형극이 재미없다, 어렵다, 친절하지 않다… 계속 혼나요.(웃음) 대학생들은 동생들한테 더 무섭게 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저만큼 하면 됐다 싶은데,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더라. 그 친구들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밀어주는 게 공부방 아니냐, 왜 주저앉히냐고 한다.(웃음)”
 
리허설을 하는 동안 김수현씨와 짬짬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미안했다. 그래도 김씨는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해주고, 또 달려가 리허설에 참여했다. 리허설 현장은 웃음소리와 참견(?)하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조명 색깔이 좀 이상한데, 저 색깔로 가는 건가?” “이무기 등장이 너무 짧은 거 아냐?” “연꽃 조명을 다시 확인해 봐.”
 
곧이어 노래패가 나와 노래를 시작했다. “딴 데 쳐다보면 안 돼. 마음을 모으고 웃어봐. 진지하게 동생들과 맞춰주세요. 공연 시작합니다. 불 꺼지면 어떤 표정이 되나 볼 거예요.”
 
드디어 인형극 막이 오른다. 옛이야기 ‘오늘이’를 재해석하여 애니메이션 플래시와 관절인형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원천강으로 떠나 강림들에 혼자 남겨진 오늘이는 재두루미를 비롯한 동물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어느 날 오늘이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원천강으로 부모를 찾아 떠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수많은 생명들의 도움으로 험난하고 어려운 길을 당당히 헤치고 나가 부모를 만나게 된다. 자기를 찾는 과정에서 성장한 오늘이는 안락한 원천강에 머물지 않고 도움을 준 동무들과의 약속을 지킨 뒤 다시 강림들로 돌아간다. 이 인형극은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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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에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
 
 
이제 기다리던 간식시간. 80명가량이 휴게실로 나와 햄버거와 사이다를 나눠 먹는다. 노래패는 노래패대로, 인형극패는 인형극패대로 모여서 먹는 듯했다. 리허설을 하면서 부족한 점과 잘 된 점을 이야기한다. 햄버거를 먼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사이다를 따라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해야 돼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밴 듯하다.
 
휴식을 마치고 다음 순서가 이어진다. <집게네 네 형제>. “어느 바닷가. 집게가 살고 있었습니다. 창피해서 못살겠네. 예쁜 집을 찾아야겠어. 나에게 어울리는 껍질 어디 없나.” 형광빛이 현란한 바닷속이 나오고, 흥겹고 앙징맞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경쾌하다. 구경하는 사람도 바닷속을 함께 헤집고 다니는 듯하다. 백석의 동화 <집게네 네 형제>를 각색해서 블랙라이트 퍼포먼스극으로 만든 작품. 집게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운 세 형은 다른 껍질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려하다 죽고 말지만 ‘집게’로 살아가는 막내는 자기모습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모두 다르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진리를 담았다.
 
이어지는 순서는, 중고등부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의 타악 퍼포먼스 무대. 타악기 두드림으로 문을 열고 설장 구, 모둠북 공연에 이어 세 부문이 하나로 이어지는 콜라보레이션 합동 공연을 통해 세상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길과 ‘거꾸로’ 어우러져 가는 ‘동무’들의 신명나는 힘을 표현한다.
 
리허설 현장에서는 생략됐지만, 다음은 ‘길, 동무, 꿈3’ 공연의 주축을 이루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공연 준비과정을 담아 보여준다. 일방적으로 ‘경쟁’을 강요당하고 경제적 문화적 여건과 학력 등의 외부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꿈과 재능을 찾고 펼칠 기회를 박탈당하기 십상인 이 사회의 청소년. 저소득층 지역인 만석동 ‘기차길옆작은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에게 그 현실은 더욱 선명하고 때로는 가혹하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무기력하고 불안정한 청소년들이 하루하루 보내는 일상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우정’과 새로운 ‘꿈’이야기를 담는다. 여리고 약하지만 분명하기도 한 ‘희망’의 싹을 믿고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공연을 준비한 주인공들의 사진과 준비과정 모습을 담은 ‘캐스팅 영상’을 공연의 엔딩으로 상영한다.
 
 
연습 과정 자체가 공연의 목적이고 전부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한다
 
리허설 내내 여러 사람을 챙기고, 함께 웃고 떠들던 김중미 작가는 “해마다 재밌다. 6개월 동안 연습해서 공연을 올리면, 그 다음에 또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는 또 그 일을 하면 되고… 늘 이렇게 산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수현씨는 “늘 하는 일이라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얻는 것이 참 많다. 아까 말한 중학생 친구처럼 힘들게 하지만 그 친구가 끝까지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려준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 걱정하면서 잘 기다려준다. 그게 참 고맙고 대견하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힘들게 하는 사람은 빼면 되지만, 그 친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서 기쁘다. 공연을 어떻게 잘 올리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공연을 연습하는 과정 전체가 우리의 목적이다.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그 정도면 잘 됐네 한다. 그게 우리 공연의 의미이다. 느리게 가고,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 부딪치고 상처를 주면 서로 풀고… 그 과정 전체가 공연의 전부다.”
 
그는 또 앞으로 일주일이 좀 바쁘게 지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은 잘 안 되는 부분을 보완하면서 연습할 것이다. 그동안 개인별로, 패별로는 연습을 수없이 했지만 오늘처럼 큰 공간에 모여서 연습은 세 번째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많이 들뜨고 흥분해 있었다. 잔치, 축제처럼 즐겁고 신나 있었다. 공연 전이라 아무래도 어른들은 걱정하는 부분이 많지만, 아이들의 그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다시 힘을 낸다. 실제 공연은 리허설과 많이 다르다. 공연은 꼭 봐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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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9 14:13:52
이들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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