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소년' 상태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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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소년' 상태 너무 심각하다
  • 이병기
  • 승인 2010.01.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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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는 인터넷 중독…지역사회가 더 관심 쏟아야

#. 영미(15, 가명)의 어머니는 5년 전 집을 나갔다. 현재는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언니, 2명의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영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출과 학교 무단결석을 자주 했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 늦게까지 놀다 보면 집과 멀리 떨어지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돌아가기 싫어 가출을 자주 했다. 영미가 어울리는 아이들은 남녀 6명으로 부모가 늦게 들어오는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놀다가 밤을 지새는 경우가 많다. 남자친구와 입맞춤과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늘 술을 먹고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지하방의 대출금 갚는 데만 신경 쓰고 전기세나 수도세 등 기본 공과금은 내지 않는다. 5학년 때 집을 나간 어머니는 연락이 없어 행방불명 상태다. 이전에는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이웃에게서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아 주변사람들과 관계가 나빠졌다. 중학교 3학년인 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방황으로 가출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집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중1때 정신을 차리고 집과 동생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언니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 가끔씩 아빠 몰래 돈을 가져가 옷을 사거나 파마를 한다.

영미는 상담을 통해 다시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됐지만, 집에는 자주 들어가지 않는다.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하기 싫은 엄마 얘기를 자꾸 물어봐 상담을 하고 싶지 않다'는 영미의 의견을 존중해 상담을 끝냈다. 공부방과 학교에서 꾸준히 지켜보기로 했지만, 이제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영미는 아직 사회에 덩그라니 놓여 있다.

인터넷 중독,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워

인천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예방 아웃리치 활동을 진행한다.

남들은 새학년을 맞을 준비로 설레기만 하지만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운 새해를 맞고 있다. 위기청소년, 탈학교 청소년들은 '불량학생', 또는 '질이 좋지 않은 아이'라는 어른들의 색안경 낀 시선으로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낸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탈학교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은 요즘 증가한 인터넷 중독을 비롯해 청소년 자살 문제, 성폭력과 가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인천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2009년 관내 중·고등학생 14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위기결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으로 타인과 심한 갈등을 일으킨 적이 있냐'라는 질문에 '1~2번 이상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312명(21.5%)에 달했다.

'최근 3개월 내 인터넷 사용으로 계획한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적이 있나'는 물음에는 반이 조금 못미치는 606명(41.6%)이 대답해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특히 '거의 매일 있다'고 응답한 학생도 78명(5.4%)이나 나타나 인터넷 과다사용 문제가 청소년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근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위기지원팀장은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시각적 자극이 높은 인터넷에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중독의 특징은 알콜중독과 비슷해 청소년들이 통제력을 잃고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며 "게임을 비롯한 가상의 세계에서 흥미와 말초적인 것들을 채우다 보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가 오게 된다"고 전했다.

#. 민호는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고 할머니와 둘이 산다. 어려운 사정을 들은 지인이 컴퓨터를 선물해 줬지만, 오히려 민호에겐 독이 됐다. 컴퓨터가 생긴 이후 민호는 게임에만 빠져버렸다. 학교도 점점 나가지 않는 횟수가 많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없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걸렸다. 친구들과의 소통도 어려워 결국 중3 때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김영근 팀장은 "청소년들이 한 번 인터넷 중독에 빠지게 되면 강한 유혹으로 건강한 생활을 되찾기가 어렵다"며 "치료가 진행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위기청소년, 지역사회가 보듬는 손길 필요


얼마 전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과 인터넷을 통한 동반 자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는 질문에 374명(27.4%)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나'는 물음에는 125명(8.7%)가 '있다'고 응답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연예인들의 자살 보도는 청소년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자살에 대한 강한 욕구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며 "실제로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자살 후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청소년들이 보이는 자살행위는 특정한 정신병리에 기인한 것보다는 갑작스런 상실 경험이나 실패와 같은 정신 사회적인 스트레스, 충동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교육 및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가출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나'는 질문에 '1~2번 이상 있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293명(20.3%)에 달했으며, 3일 이상 가출을 시도한 청소년은 70명(4.9%)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 내에 음주 및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252명(17.4%), 성폭력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 청소년은 155명(10.7%)으로 조사됐다. 

김영근 팀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사랑과 인정, 관심을 통한 정서적 욕구 충족"이라며 "가정의 지속적인 안정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돌보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각 권역별로 아이들이 쉽게 찾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청소년 기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끝으로 "위기청소년들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정서적 학대나 방임, 의사소통 부재 등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원인은 가정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들의 관계를 보듬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질 때 청소년들은 좀더 건강하게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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