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괜찮아, 야옹', 김미혜 시인 세번째 동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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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 야옹', 김미혜 시인 세번째 동시집 출간
  • 배천분
  • 승인 2015.11.1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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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동물들 그려내


김미혜(53, 부평1동) 작가의 세 번째 동시집 『안 괜찮아, 야옹』이 출간됐다.
1962년 서울 출생인 김 작가는 2000년 『아동문학 평론』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기 까치의 우산』으로 제5회 ‘오늘의 동시 문학상’을 받았으며, 동시집 『아빠를 딱 하루만』,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동시 그림책 『꽃마중』,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돌로 지은 절 석굴암』 『분홍 토끼의 추석』 등을 냈다.
 
『아빠를 딱 하루만』(창비 2008)을 펴낸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동시집 『안 괜찮아, 야옹』은 그간 꽃, 벌레, 새 등 자연의 모습을 그리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유지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사유와 섬세한 관찰로 인간에 의해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동물들을 그려 낸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시편들이 돋보인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나 붕괴 사고 등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진 고통스러운 현실을 동시에 담아냈다.
 
김미혜 작가는 “동시를 쓰면서 간절하지 않은 적 없지만,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 늘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아픔인 “불편한 동시”를 마주하여 읽어 내야 한다.“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하여 기쁨과 슬픔으로 노래하는 동시를 쓰겠다고 전했다.
 
김미혜 작가의 동시에서 자연은 주요한 배경이며 주제이다. 첫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창비 2005)에서 선보였던 자연이 평화롭고 목가적인 세계였다면, 이번 동시집에서는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전 동시집에서 자연의 생명체와 대화하며 교감하던 능력은 한층 무르익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곰곰이 되새기게 만드는 깊이 있는 시편들을 낳았다.
 
앉아!/돌아!/가만히 있어!/훈련을 받는다.//“말 안 들으면 때려야 돼.”/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로/머리를 찍힌다./쇠고랑에 발이 묶인다.//(…)//코끼리를 차마 보지 못하고/뚝뚝 눈물 떨어뜨렸던 아이가 자라서/앉아! 돌아! 가만히 있어!/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를 든다.//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매 맞고 온순해진 코끼리 등에 올라/기념사진 찍는 우리./코끼리 쇼를 보고/박수 치는 우리.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부분
 
우리가 즐기는 코끼리 쇼의 이면을 들춰내 눈앞에서 보듯 세세하게 묘사한 뒤 시의 마지막 연에서 코끼리 등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우리”를 가리킨다. 코끼리의 아픔을 일으킨 원인을 분명히 짚어 내어 동물 학대의 진실과 코끼리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게 돕는다.
 
괜찮지?/고양이 목에 줄을 맸다.//괜찮지?/고양이를 책상다리에 묶어 놓았다.//괜찮지?/물그릇과 밥그릇/그 사이를 오고 갈 수 있으니까.//괜찮지?/고양이한테 물어보지 않고//괜찮지? 정말 괜찮지?/나한테 물어보았다.
「안 괜찮아, 야옹」 전문
 
표제작 「안 괜찮아, 야옹」은 “괜찮지?” 하는 어구가 반복되어 리듬감 있고 가볍게 읽히는 작품인데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줄로 묶어 놓고서 정작 “고양이한테 물어보지 않고” 자신에게 “괜찮지? 정말 괜찮지?” 묻는 행동이 묘사된다. 나와 고양이의 관계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까지 감상이 확장될 수 있다.
 
김이구 어린이문학평론는 “김미혜의 동시를 읽으면 경험하듯, 멀어진 자연에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 벗하고 사나운 마음을 물리쳐 고운 마음을 단단하게 여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축복이다. 김미혜의 동시는 독자에게 잃어버린 자연의 생명체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경험을 오롯이 맛보게 해준다.”라고 평론했다.

 


김미혜 동시의 미덕은 자연의 생명체를 고유한 이름으로 불러 주는 데 있다. 이번 동시집에서 강아지풀, 개불알꽃, 찔레나무, 새끼노루귀, 직박구리, 곤줄박이, 검은등뻐꾸기, 반딧불이, 방울벌레 등 다양한 들풀과 새와 벌레 들이 등장한다. 자연과 멀어져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생명체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 주고 구체적인 존재로 만나게 하여 친구가 되는 경험을 맛보게 한다.
 
김미혜 시인의 자연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세상을 향한 시각으로 이어진다. 특히 어디에선가 울고 있을 아픈 존재들의 엄마가 되어 그려 나간 시편들은 쓰라림과 함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이들의 삶에 들이닥친 세월호 참사(「잊지 않겠습니다」「개나리로 피어」)나 붕괴 사고(「폭탄 돌리기」)를 담아낸 시편이 대표적이다.
 
이번 동시집에서 시인은 “우리가 만든 세상”을, “불편한 동시”를 마주하여 읽어 내자고 말한다(「머리말」). 마음이 불편해지는 동시를 쓰고 읽을 수 있는 일은 시인이 엄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보듬는 깊고 따뜻한 마음은 그가 두려워한 인간의 “사나운 마음”(「사나운 마음」)을 품어 물리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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